키드키즈 > 월간유아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지만 하다보면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취미로 악기를 배울 때조차 도중에 그만두고 싶은 위기가 오기 마련. 무언가를 꾸준히 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포기하고 싶은 고비를 맞닥뜨리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내심으로 이겨내느냐 아니면 여기서 멈추느냐’ 한 끗 차이지만 실은 어마어마한 선택 앞에 ‘지금까지 지켜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22년 동안 꾸준히 달려온 교육 외길

이기영 원장

“의사는 환자의 몸을 치료하고, 교사는 아이들의 영혼을 치유한다”

오산시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장

시립죽미어린이집원장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학창시절을 회상해봤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고민이라는 친구도 있고, 딱히 좋아하는 게 없어서 고민이라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후자에 가까웠고, 누가 나 대신 좀 정해줬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남이 정해준다고 되는 일은 없었다. 자신과 잘 맞는지 아닌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안다. 그리고 맞는 길이라면 포기하고 싶어지다가도 그것을 버텨낼 힘이 어딘가에서 나오게끔 되어있다. 이달의 패밀리도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 중고등학생 때부터 ‘너는 유치원 교사하면 잘 어울리겠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사에서 원장이 된 오늘 날까지, 그녀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교육 현장을 지켜내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서 선택했고, 이제는 아이들 역시 좋아해주고 잘 따르기 때문에 지금까지 현장에 있을 수 있다는 이기영 원장. 22년의 짧지 않은 세월, 한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 영아들을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문으로 기어가서 울고, 교사에게 매달려 울었어요. 그 때는 ‘이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겠나’하는 마음에 저도 같이 울었네요. 힘들기도 했지만 이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 편이 뜨거워지면서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책임감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날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버텨냈을까 노하우가 궁금해졌다.

“작은 상처에도 예민하던 아버님이 수시로 CCTV 열람을 요청하고, 다친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손수 갖고 오신 연고를 발라주는 일이 1년 동안 지속된 적이 있어요. 하루하루 살얼음판 걷는 것 같다가 이사로 퇴소하게 되었는데, 아버님이 마지막 날 제 손을 잡고 그러시더군요. ‘내 아이가 너무도 좋은 곳에서 지내다 갑니다. 이곳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라고요. 교사는 부모와도 크고 작은 갈등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 이해하려 하고, 원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요. 그 일을 겪고 나니 오히려 교사로서 마음 근육이 더 단단해지더라고요.”

이기영 원장은 정말 힘든 날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러다가도 ‘오늘 겪은 한 가지 어려움으로 열 가지를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다시 교육 현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해준 그 ‘열 가지’가 무엇일까. 아프다길래 밥을 떠 먹여줬더니 ‘엄마, 선생님이 나를 사랑하나 봐. 내가 아프다니까 선생님이 밥을 먹여줬어. 나만 먹여줬어’라고 쪼르르 가서 이야기하던 아이, 삼촌과 결혼해서 작은 엄마가 되어달라고 조르던 아이 등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이 원장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여섯 살이 될 때까지 우유를 빨대로만 먹던 아이가 처음으로 컵을 들던 날, 그때의 감격도 빼놓을 수 없지요. 돌이켜보니 힘든 일보다 좋은 날이 훨씬 많았고, 어려운 시간도 절대 혼자 보내지 않았어요. 끝까지 저를 믿고 맡겨주신 부모님, 교사로서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원감님, 그리고 지금은 원장인 저를 잘 따라주는 선생님들이 옆에 있었죠. 이들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습니다. 저 참 복이 많은 사람이지요?”

최근 아동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뉴스가 우후죽순 터져 나왔다. 이 원장은 소수의 일로 다수가 오해받지 않아야 하며, 아이들을 교육하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의사는 아픈 사람의 몸을 치료하고, 교사는 아이들의 영혼을 치유한다고 하지요? 그리고 교사는 분명 다른 직업군에 비해 일하는 동안 행복한 일이 많습니다. ‘선생님이 제일 좋아요. 우리 선생님 공주같아요’라며 안아주는 아이들을 떠올려보세요. 우리는 아이들 덕분에 찡그리는 날보다 웃는 날이 훨씬 많잖아요. 더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현장에 계신 원장님,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우리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교사를 시작한지 10년쯤 지나서야 비로소 이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다는 그녀. 아이들이 있기에 교사가 있는 것 아니겠냐며 앞으로도 어떤 어려움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이 원장의 교육 외길을 함께 응원한다.

에디터 | 월간유아 장지혜

예산절감 교육쇼핑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