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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겨울, 은수미 시장을 처음 만났다. 성남시장으로서 1년을 돌아보는 자리였고, 그때 그녀가 강조하던 핵심과제는 ‘아동친화도시’였다. 드디어 올해 8월 30일, 성남시가 유니세프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했다.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온 은수미 시장의 ‘아동친화도시 성남’ 이야기를 담아본다.

아동친화도시는 유엔 아동권리 협약에 따라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생존·보호·발달·참여 등 4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아동보호 전담기구 설치 ▲아동권리 전략 ▲아동 영향 평가 ▲아동안전을 위한 조치 ▲관련 예산의 확보 ▲아동 참여 ▲아동 친화적 법체계 ▲아동을 위한 독립적 대변인 운영 ▲정기적 아동실태 보고 ▲아동권리 홍보 등 10개 원칙을 모두 충족하는 도시를 인증한다. 성남시의 인증기간은 2025년 8월 29일까지 4년간이다.

생존

평소 ‘아동의 생명권 보장은 기성세대의 마땅한 책임’임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안다. 이에 2019년 7월부터 전국 최초로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배경과 진행 사항을 알려 달라.

이 제도는 아동이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 중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시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취임 전부터 아동의료비의 사회책임을 강조했고, 이 제도를 중점 공약으로 세웠다. 당초 대상 연령을 만 18세 미만으로 설정해 급여·비급여 제한 없이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보건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대상 연령을 만 12세 이하로 낮추고 지급 대상도 일부 축소하게 됐다. 이후 지속적인 건의와 협의를 통해 마침내 지난 5월 18일 대상을 만 18세 미만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뇌성마비, 조산아, 자폐아 등 36건, 총 금액 4,232만 원을 지원하였다.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는 실손 등 민간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장애와 질환을 포함해 국민건강보험에서 지원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도 지원한다.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비 차등 지원도 정부 기준보다 대폭 완화되어(기준중위소득 기준 50% 이하 전액 지원 / 50% 초과 90% 지원) 사실상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시행초기에는 과잉 진료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지원항목을 건강보험공단의 재난적 의료비 지급 기준에 준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고가의 치료와 의료비 중복 지원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지원항목을 보다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아동 의료비 지원제도는 그 존재 자체로 양육가정에 큰 심리적 위안이 될 것이며, 아동의 생존을 담보하는 사회적 안전장치로써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에 꼭 필요하다.

보호

아동보호 공공성 강화 시범사업 선도 지역으로 성남을 꼽는다. 어떤 내용인가?

아동학대 신고접수, 현장조사, 응급보호, 상담·치료 등을 민간 위탁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수행했다. 그러나 전문 인력 확보와 유관기관 협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조사를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어 실효성이 낮은 상황이었다. 이에 성남시는 2020년 10월부터 전담 공무원 4명을 배치하고, 관련 업무를 직접 추진해왔다. 이들은 현장조사와 피해아동 보호를 담당하며, 야간과 휴일에도 온콜(ON-CALL) 시스템을 활용해 24시간 대응한다.

성남시는 올해 7월부터 아동보호팀을 신설해 본격적인 조사 업무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2년까지 전담인력을 15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동학대 공공화 사업 후 가장 큰 효과는 피해 아동 구제의 실효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보호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전담 공무원 배치 이후 적극적인 조사가 이루어졌고 학대 정황이 있는 경우 즉시 아동을 분리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분리 조치 건수가 전년 대비 92%(12건) 증가했다.

유관기관 협력도 강화됐다. 관내 3개 경찰서의 적극적인 협조로 신속한 수사 의뢰와 신변보호가 가능해졌다. 또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피해 아동 치유프로그램과 학대 행위자 교육, 심리치료를 통해 가족이 재결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육청과 학계 전문가, 지역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정보연계협의체도 운영하고 있다.

시민 인식개선을 위해 다양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2020년 8월에는 전국 최초 아동학대 예방책자 ‘지금 당신은 훈육을 하고 계십니까? 학대를 하고 계십니까?’ 17,000부를 발간하여 관내 공공기관, 어린이집, 소아과 등에 배부했다. 성남시 홈페이지에 아동학대 자가점검표를 게시하여 누구나 자가진단을 해볼 수 있다.

부모가 안심하고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도록 2019년 전국 최초로 보육 교직원에 대한 아동학대 인식검사를 실시했으며, 지난 4월부터 수시 점검단을 구성해 관내 어린이집을 순차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어린이집 553개소 전수조사를 통해 CCTV 사각지대 1,113개소를 찾아냈고 연말까지 추가 설치를 완료할 것이다. 아동학대 (의심)신고 핫라인(031)729-2960)도 운영하고 있으니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아직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강한 친족문화로 인해 가족의 영역에 공공부문이 개입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하기도 한다. 이것은 오랜 관행이었으며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끊임없이 교육하고, 소통하고, 설득하고, 중재하면서 아이들을 보호할 것이다.

성남시는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많다. 학교돌봄터, 어린이식당이 있는 다함께돌봄센터 설립 역시 전국 최초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만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왔는데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와 주었다.

먼저, 아동 수당은 전국적으로 균일한 금액이지만 우리 시는 지역화폐로 2만 원을 더 지급하면서 월 12만 원의 ‘아동수당 플러스’를 전국 최초로 시행했고, 매달 40,080명 정도가 지원받고 있다. 앞서 말한 전국 유일의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는 정치 입문 전부터의 소신이었다. 다함께 돌봄센터는 2019년 3월 은행 1동을 시작으로 위례, 판교, 단대동 등 13개소가 운영 중이다. 2022년까지 32개소를 목표로 올해 여수, 복정, 백현, 서현2동 등 9개소가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다.

소위 ‘밥’ 걱정 하지 않도록 어린이 식당을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아 시 예산을 투자해 모든 센터에 설치했다. 전문 조리사가 자체 조리시설에서 정성껏 음식을 만들고 제공하기에 영양과 위생 무엇 하나 소홀하지 않도록 한다. 7월부터는 오전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아침틈새돌봄’도 시작했다. 등교 전 아이들이 혼자 있는 틈새 시간도 센터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등교할 수 있게 돌봐주고 있다. 학교공간을 활용한 초등학교 ‘학교돌봄터’도 6월부터 전국 최초로 운영 중이며 학기 중은 물론 방학 기간에도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해 소위 ‘학원 뺑뺑이’나 사설 도우미를 이용하는 부담을 해소했다. 단순한 돌봄에 그치지 않고 생활교육, 독서지도, 음악·미술·체육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교육비 지출과 학력 저하 우려를 해소했다.

특히 다함께돌봄센터는 식당시설도 갖추고 있어 직접 조리한 급·간식을 제공한다. 현재 학교돌봄터에는 전담 돌봄 및 조리사 등 5명의 전문 인력이 배치되어 운영 중이다. 성남시는 2020년 6월 판교대장초등학교에 전국 최초 학교돌봄터 1호, 어린이식당을 겸비한 다함께돌봄센터 운영 등 돌봄 공백 제로화를 실현 중이다. 돌봄 대기자 ZERO를 위한 다함께 돌봄 4개년 추진계획(2019~2022)을 수립, 지역 특성에 맞는 초등 돌봄 인프라를 구축하고 돌봄 사각지대를 완벽하게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는 2019년 3월 은행1동 복지회관 2~3층에 1호를 설치한 이후 위례, 백현, 상대원3, 판교, 단대동, 구미동, 위례동 35단지, 금광2동 등 12곳을 개관했다. 올해에는 금광동, 복정동, 백현동 등 7개소가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고 2022년까지 32곳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발달

대통령 공약으로부터 시작된 보육의 가장 큰 과제가 국공립어린이집의 지속적인 확충이다. 성남시 현황은 어떠한가?

현재 성남시 국공립어린이집은 84곳이며, 재원생은 6,219명으로 지역 내 어린이집 550곳 1만 9,479명의 31.9%가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2018년 취임 당시 64개소에서 20개소가 증가했으며, 2022년 말까지 101개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률을 40%까지 끌어올리고 보육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강화할 것이다.

노후 시설과 교육환경 개선도 이어가고 있다. 올해 6월 어린이집 5곳을 국공립으로 전환하면서 시설 전체를 리모델링하였다. 건립 후 10년 이상 된 금광2, 청솔어린이집 등 22곳도 향후 공사 예정이다. 지난 7월 15일, 하나금융그룹과 보육인프라 확충과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해 ‘국공립어린이집 지원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은 시가 구미1동에 건립하는 분당어린이 종합지원센터 내 국공립어린이집 설치비 40억 중 13억 원을 지원한다. 이 시설은 6개 층(지하 3층 ~ 지상 3층) 연면적 4,000㎡ 규모이며 다함께 돌봄센터, 국공립어린이집, 아이사랑놀이터 등이 들어서는 복합시설로 2024년 건립 예정이다. 앞서 백현 3, 운중동 국공립어린이집 건립도 민간자원 유치를 통해 이루어진 바 있다.

참여

아동친화도시 인증조건의 네 번째 키워드는 참여이다. 어떻게 준비했는가?

2019년 5월 27일, 아동친화도시 선포식을 시작으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차분히 준비해왔다. 작년 9월~11월 18세 미만 아동과 부모, 아동 업무종사자 등 표본 1,500명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아동의 권리 실태를 조사하고, 더불어 지자체 사업, 예산, 법체계 등 제도적 현황을 점검했다. 두 조사는 성인과 아동 모두의 의견을 반영했으며, 결과는 아동친화도시 방향을 설정하는 기초자료로 쓰였다. 같은 해 11월, 아동친화도시 추진위원회 및 아동권리 옹호관을 구성했고 12월에는 조례를 전면 개정하는 등 거버넌스 구축에 나섰다. 초중고생과 아동관계자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원탁토론회를 열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정책 수립에 참여하도록 지원했다. 이를 통해 아동권리 침해사례와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아동 권리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전개하는 등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정신을 꼼꼼하게 실천해왔다. 지난 8월 30일 그간 노력의 결실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했다. 이로써 향후 4년간(2021. 8. 30.~ 2025. 8. 29.) 아동친화도시로의 지위를 획득했고, 10월 초 육아종합지원센터 개관에 맞춰 인증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성남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모든 아동이 건강하고 존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법제도 보완과 예산 확충, 시민 인식개선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나아가 2025년 상위단계 인증을 위한 준비도 병행해 명실상부한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로의 도전을 이어나가겠다.

민선7기 후회 없는 임기를 위한 비전과 계획 한 말씀 부탁드린다.

시장이 된 후 현장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으로 아동사업을 집행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리더는 사례를 파악해 지침을 내려야 하고, 특히 아동 정책은 일관성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아이들을 키워내는 원동력이다. 또한 끈기도 필요하다. 비록 내가 아니더라도 그 누군가는 꾸준히 이어가야할 과업인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수혜자를 만들고 공감하고 문제를 같이 해결해야 한다. 우리 어릴 때에는 ‘깍두기 문화’가 있었다. 아동참여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기특한 문화이다. 깍두기는 소외가 아닌 참여 방법이며 나 역시 어릴 적 왜소한 몸집으로 깍두기 문화의 배려를 받은 사람이다. 이것이 작은 민주주의 바탕이 되고 시작점이 된 것 같다. 은수미표 아동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이 18세 전, 자신은 소중한 존재이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진정성은 누적된다.”

에디터 | 월간유아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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