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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틀빅키즈 대표이사

동덕여대 아동학과 명예교수

우남희

어떤 모임에서 머리카락을 노랗게 물들인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사적인 질문을 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어릴 적 검은 머리카락의 인형을 가지고 놀아 본 적이 있으세요?”라고 질문했다. 그분은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하더니 주로 금발의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았다고 대답하였다. 그분에게 염색을 한 이유에 대해 물으며 “금발인형을 가지고 놀며 예쁘다 생각했기 때문에 금발이 좋아 염색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요?”라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똑같은 질문을 교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 학생들에게 해보았다. “어려서 검은 머리카락의 인형을 가지고 놀아 본 적이 있나요?” 결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금발머리, 파란 눈의 인형을 가지고 놀았던 추억만 이야기했다.

금발인형만 가지고 놀았던 학생들에게 “만일 검정색 머리카락의 인형을 가지고 놀면 기분이 어땠을까?”라고 물었다. 놀랍게도 몇 명은 무서울 것 같다고 대답하였다. 이유인즉슨 납량특집 방송, ‘전설의 고향’ 속 한 많은 여인들의 풀어헤친 검은 머리카락이 떠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생들의 대답에서 자기도 모르게 검정 머리보다는 노랑머리를 더 선호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가 두 살 정도 되면 자기에 대한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고, 자아개념이 발달하게 된다. 그런데 이 시기에 자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인형을 예쁘다 생각하고 자란다면 이 아이들은 신체적 자아개념이 올바르게 발달할 수 없을 것이다. 금발과 파란 눈, 8등신의 몸매를 가진 인형을 예쁘다고 말하며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까만 머리와 8등신이 아닌 신체적 모습을 보면서 예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한류의 물결이 여러 영역에서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아직도 아이들이 금발이나 갈색 머리카락의 인형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하루 빨리 우리 아이들이 서양인이 아니라 자기를 닮은 동양인의 인형도 가지고 놀며,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예쁘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 다양한 국적의 인형을 한국의 아이들이 그리고 세계의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날이 속히 오면 참 좋겠다.

*칼럼은 월간유아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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