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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선생님의 동분서주

*본 내용은 ‘2021 평택시 보육교사 칭찬수기 모음집’ 중 아이사랑어린이집 최은영 선생님의 수기입니다.

어릴 적 고무줄놀이, 공기놀이하던 때를 떠올려 본다. 서로 편을 나누는데 한 사람이 남거나 실력이 확연히 뛰어난 사람 혹은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때, 양쪽 편에 다 속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깍두기’라는 존재가 생각나는가? 그 ‘깍두기’의 존재는 팀의 승패를 가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혹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냥 껴주는데 의미가 있는 경우도 있다.

뜬금없이 유년시절의 놀이 기억을 떠올린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원의 영아 보조 김소희 선생님을 보면서 떠오른 호칭이 바로 ‘깍두기 선생님’이다. 담임을 맡은 교사들보다는 짧은 시간만 함께하지만, 그분의 행동반경은 실로 넓고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원 구조상 1층부터 3층까지 오르내려야하는 그 하루일과 안에서 –조금 재미있는 표현으로- 정말 그 긴 다리로(키가 큼) 겅중겅중 분주하게 오르내리며 퇴근 전까지 하나라도 해야 할 무언가를 찾아다니신다. 영아 보조로서의 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원내 행사, 견학, 청소 등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데, 그 일을 수행하실 때의 지식과 기술, 태도를 보면서 필자가 자아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 적도 있음을 고백한다.

깍두기 선생님은 교사들의 휴게시간 동안 생기는 보육 공백을 막고, 안정적인 보육을 할 수 있도록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지혜와 부지런함을 발휘하며 다방면에서 든든하게 보조를 하고 계신다. 그리고 수시로 오가며 동선에 있는 교실들을 들러 담임교사가 교실을 비우지 않도록 애쓰시는 모습도보게 된다.

“선생님 저 주세요.” “제가 갈게요” “애들 보세요. 제가 갖다 놓을게요.” “선생님, 힘드시죠? 제가 할게요. 조금 쉬고 오세요~” 깍두기 선생님이 제일 많이 하시는 말씀이다.

2시 30분. 너무도 당연한 당신의 이른 퇴근을 미안해하고 조심스러워하는 깍두기 선생님.

깍두기 선생님의 일과와 업무 행보는 어찌 보면 보조교사의 당연한 직무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선생님이 스치는 곳마다 “감사해요” “고마워요 선생님” “수고 많으셨어요”라고 따듯한 지지를 해주시는 동료 교사들의 모습 또한 아름답다.

작년 학기말쯤이었을까? 우리 반을 보조해주시기 위해 배정된 30분이라는 시간 안에 있었던 일이다. 늘 울고 떼쓰는 것으로 표현하며, 또래에 비해 언어발달이 지연되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친구와의 갈등도 잦은 아이가 있었다. 그날도 한 친구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잡아당기고 밀며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깍두기 선생님은 “○○야, 선생님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어떻게 하고 싶은 거니? 선생님이 도와줄게”라며 아이의 키만큼 몸을 낮춰 바짝 마주 앉으셨다.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는 않았지만 정확하게 고개를 돌려 교사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친구를 밀고 잡아당기고 있던 순간이었다. 분명 옳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도와준다니, 그리고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를 묻고 있지 않은가? 아이는 그렇게 꽉 움켜잡았던 손을 놓고 정말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를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있었다.

옳고 그름의 판단 이전에 아이가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를 선생님이 알고 싶어 한다는, ‘내 편 같은 출발’이 아이에게는 큰 힘이 되었으리라. 결국 그 힘은 부정적인 행동은 멈추고 긍정적인 소통으로 해결하게 해준 셈이다.

그 아이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을 투영해보는 경험을 하게 한 순간이었다.‘나라면,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 부정적인 행동(친구를 움켜쥐고 당기고 밀고)부터 옳지 못하다는 걸 먼저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았을까?’하는 자문과 자책을 했고, 어떤 책에서 보았던 한 줄의 글이 머릿속을 내내 맴돌았다.

‘우리에게 아이는 우선이 아니지만 아이에게 우리는 우선이다’

그렇다. 최우선에 있는 선생님의 지지야말로 아이에게는, 그 순간만큼은 최고의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작년에 정담임으로 근무했고, 올해는 유아보조와 연장 담임을 겸임하게 됐다. 솔직히 서류업무와 담임으로서의 책임 한계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수 있음에 안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원의 ‘깍두기 선생님’을 보면서 나름의 결심과 실행을 각오했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깍두기 선생님!

‘직’은 남이 부여한 자리이고, ‘업’은 스스로 부여한 그 일의 의미라고 했던가요? 즉 소명의식 같은 것이겠지요. 당신은 ‘직’이 아닌 ‘업’을 찾은, 평범하지만 비범한 교사입니다. 졸업사진에는 안 계셨던 깍두기 선생님, 하지만 ‘꽃보다 예쁜 우리 선생님’이십니다.

- 당신을 닮고 싶은 동료교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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