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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미 성남시장에게

아동학대의 현주소와 공공화 사업의 대책을 묻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가장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이 바로 아동학대 사건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아동학대에 관한 인식의 변화로 범국민적인 공감대가 늘어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학대에 대한 예방 차원의 노력은 아쉬움이 많다. 아동학대의 공공화 사업은 이 같은 현실 속에서 미래를 위협하는 아동학대에 정면으로 맞서 공공 영역이 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그 역할을 선도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성남시 은수미 시장을 만나 아동권리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아동학대 공공화 사업의 의미가 무엇인가?

지난해 성남시 자체 통계에 따르면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가 89.2%(323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도 아동학대로 입건된 가해자 중 부모의 비중은 2020년 77.5%, 2021년(1~9월) 83.6%로 나타났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조차 아이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대안이 아동학대 공공화 사업이다.

성남시는 2020년 6월 아동학대의 원인과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추진했고, 10월 이후 민간에서 수행하던 아동학대 조사업무를 시가 직접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나 아동학대에 대한 공공의 역할이 시작되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변화다.

민간 위탁기관은 현장 조사를 보호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혐의 입증이나 아동 분리가 쉽지 않았다. 조사 이후 별도 수사 의뢰를 통해 경찰이 개입하는 구조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도 있었다. 현재는 초동 단계부터 전담 공무원과 경찰이 동행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사법처리)은 경찰이, 피해아동 보호조치는 전담 공무원이 담당하면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공권력 개입을 통해 가해 가족의 저항을 다소나마 억제하고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또한 조사업무를 이관하면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사례관리를 통한 재발 방지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피해 아동은 물론 가해자와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도 병행해 가정 복귀를 돕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사후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공화 사업 이후 24시간 대응 체계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이뤄냈다. 평균 40여 건 내외(2018년 47건, 2019년 32건, 2020년 42건)였던 주민신고가 2021년 110건으로 대폭 증가한 것이다. 지역사회의 관심을 통해 그간 ‘남의 집안일’로 치부되었던 아동학대에 대한 자정 노력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예상해본다.

기성세대는 훈육과 학대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세대다. 아동학대가 미래를 망치는 중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 오랜 관성이 남아있어 안타깝다. 현재 아동학대 공공화 사업의 위치는 어디쯤이라고 판단하는가?

아동학대 공공화 사업을 단계적으로 보자면 첫째, 헌법정신에 의거, 학대에 대한 공적 선언이 이루어지고 둘째, 아동학대 문제는 더 이상 개인, 가정 단위의 사적인 관계가 아닌 공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엄중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셋째, 조치 후에는 회복하고 위로하는 단계로 이때는 민간의 협력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접근으로 볼 때, 현재 우리의 상태는 아쉽게도 아직 출발선 상에 있다. 여전히 가족주의와 가부장적 질서에 가로막혀 아이를 독립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육아에 필요한 부담을 부모와 가정이 책임져야 한다는 어려움 또한 존재한다. 특히 맞벌이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 보육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아이들의 안전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아동친화도시’는 협약이 규정하는 아동의 생존과 보호권이 최소한의 인권이 아닐까 한다. 그에 걸 맞는 제도 구축을 위해 시행한 노력들은 무엇인가?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위해 4명으로 시작한 아동보호 전담 인력을 현재 8명으로 확충했다. 연말까지 공무원 3명과 전담 요원 1명을 충원해 12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1월 12일에는 성남중앙병원, 성남시의료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아동학대 전담의료기관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학대피해아동쉼터’도 운영하고 있다. 쉼터는 학대 피해 아동을 가해자와 분리해 일시적으로 보호하고 상담과 치료를 지원한다. 지난해 8월에는 남아 전용 쉼터를 추가 설치해 아동·청소년기 민감한 성(性)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전국 최초로 운영 중인 게임힐링센터는 게임 과몰입 예방과 아동의 상담치료 외 가족 간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해 갈등 해소를 지원한다.

육아종합지원센터 2층에 상담치료와 놀이치료실도 운영 중이다. 민간 의료기관에서는 시간당 5~10만 원 가량이 소요되나 센터에서는 1만2천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 치료사 상담이 가능하다. 수요가 몰려 향후 지역별 다함께돌봄센터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4월부터는 아동학대 수시 점검단을 구성해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553개 어린이집 CCTV 전수조사를 통해 사각지대가 있는 237개소 어린이집에 CCTV를 추가 설치했다.

시민의식 개선을 위해 시 홈페이지에는 아동학대 자가 진단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며,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11월 19일)을 맞아 야탑역, 모란역, 태평역 등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합동으로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을 추진했다. 2020년부터 아동학대 예방지침과 사례를 담은 책자를 발간했는데 시민과 전문가 모두 좋은 반응을 보여 지난해 2종을 추가로 제작한 바 있다.

매년 아동학대에 관한 책을 내고 있다. 계속 책을 발간하는 이유는?

2021년 1월「민법」제915조 ‘자녀 징계권’ 조항이 63년 만에 삭제되어 우리나라는 전 세계 62번째 체벌 금지국가가 되었다. 이어 2월 26일 일명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아동학대 살해 죄가 신설되어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부모의 66.7%, 자녀의 80%는 이를 알지 못할 정도로 국민들에 대한 홍보와 인식개선은 미흡한 실정이다(2021. 1. / 초록우산어린이재단_자녀 징계권 삭제에 대한 인식조사). 성남시는 복잡한 규정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주요 사례를 통해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홍보책자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까지 3종 26,000부를 발행했다.

2020년 8월 전국 최초로 부모 등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예방 책자 <지금 당신은 훈육을 하고 계십니까? 학대를 하고 계십니까?>는 공공기관과 어린이집, 소아과, 출생신고 부모와 취학아동 가정에 배부했다. 아동학대 사례와 함께 부모용 자가 평가표를 수록해 스스로 점검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작년 11월에는 <사랑의 손으로 폭력을, 훈육의 입으로 분노를, 멈추세요!>를 제작했다. 이 책자는 보육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기본원칙, 보육교사 교육, 보육기관 관리자 지침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영유아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위 목록, 아동학대를 유발하는 물리적인 환경 예시 등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 일선 보육기관 종사자의 아동학대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앞의 두 책자가 부모와 보육교사에 대한 지침서였다면, 작년 12월 출판한 <신속하게, 신중하게, 상세하게, 그리고 사랑이야>는 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에세이 형식으로 구성했다. 5,000부를 제작해 관내 도서관과 동 행정복지센터에 비치하였으며, 아이사랑 놀이터를 찾는 시민에게 배부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인쇄본 수량이 부족해 전자책(e-book)을 제작 중이며, 향후 성남시 홈페이지 게시와 교육청, 관내 158개교,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에 제공할 예정이다.

성남시는 아동친화도시 인증과 더불어 아동학대 문제에 선도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가장 먼저 신고의무자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기에 앞서 안전보장이 필요하다.「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교사, 보육기관 종사자, 의료인 등 25개 직업군을 신고의무자로 규정하고 연간 의무교육을 강제하고 있으나, 막상 이들에 대한 보상과 보호는 미흡한 상태다. 신고할 시 부모의 항의와 민원을 감수해야 하며, 신상이 노출되어 보복과 협박의 위험을 겪기도 한다.

자료 제출과 진술서 작성, 조사, 면담 등 번거로운 행정절차 개선과 더불어 조사과정에 있어 전담 공무원의 권한 강화도 필요하다. 가해 행위자들은 경찰 수사에는 비교적 협조적이나 행정기관의 추가 조사 시 욕설과 폭언, 민원 제기 등 거칠게 반발하는 사례가 많다.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갈등이 고조될 수 있어 실제 적용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전담 공무원의 근무체계 개선도 필요하다. 진정 사명감이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성남시는 격무부서 지정을 통한 근무평정 가점부여, 재택 당직 근무수당 지급을 통해 사기 격려를 도모하고 있으나 제도적인 한계로 처우 개선에 제한이 있다. 업무의 강도가 높고 민원 응대에 따른 스트레스가 높은 점을 감안하여, 면책특권· 인사우대·3교대 근무 등 국가 차원의 법규 개정이 필요하다.

공공화 사업이 정말 중요하다. 시작이 반이라고는 하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각오와 당부의 말씀 부탁한다.

아동학대 공공화 사업, 나아가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의 제도와 관습, 인식 모든 것을 하나씩 바꿔나가려면 생각보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이 사회의 어른으로, 정치인으로, 지자체장으로 끝까지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성남시는 지난해 8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부터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했다. 2019년 3월부터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아동권리 전담부서 신설, 아동친화적인 법체계와 참여체계 마련, 아동권리 옹호관 운영 등 아동친화도시 10가지 구성요소를 성실히 이행한 결과 그 자격을 당당히 인정받은 것이다. 지난해 말 아동권리 옹호관을 4명에서 5명으로 늘렸고, 올 하반기에는 교육 지원청·학교·지역사회가 연계한 ‘Wee클래스’ 상담교사 114명을 추가 위촉할 예정이다. 아동참여단을 50명에서 60명으로 확대하고 연령을 11세에서 8세로 낮추는 등 참여의 폭을 넓히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아동참여 확대와 더불어 아동 권리 인식개선, 아동학대 보호 등 모든 아이들이 권리의 주체로 건강하고 존엄하게 성장할 수 있게 아낌없는 지원을 펼칠 것이다. 현재 ‘아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중으로, 이를 바탕으로 아동 관련 정책을 내실화해 아동보호와 복지증진, 공공 돌봄 체계를 강화하고, 나아가 2025년 상위단계 인증을 위한 준비도 차분히 이어가겠다.

에디터 | 월간유아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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