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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발현으로 온 세계가 떠들썩하게 술렁였던 해, 내 삶에도 그에 못지않은 큰 술렁임이 있었다.

39살, 보육교사로서의 첫발을 내딘 것이 그것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쉬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너무도 그렇지 못한 현실’ 앞에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다.

새 학기가 시작됐고, 나는 만 0세반의 쓰리(three) 담임 중 한 반을 맡게 되었다.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작고 소중한 아이들이 얼마나 예쁠까?’ ‘나를 보며 방긋방긋 웃어 주겠지?’ 라는 생각과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었고, 맡게 될 3명의 아이들 사진을 보며 행복할 순간들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들이 울거나 떼를 쓰면 ‘이렇게 작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얼마나 힘이 들까?’하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그러나 아이들을 만날 설렘으로 즐거웠던 출근길은 끝내지 못한 업무로 인해 점점 무거워졌다. 그럴 때마다 짝꿍 선생님들께서 ‘괜찮다’ ‘그럴 수 있다’라며 응원해주셨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직업을 택하여 스스로를 다독이던 나에게는 응원보다 자책의 소리가 더 크게 작용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 무거웠던 내 마음을 느꼈던 걸까? 예쁘게 등원하던 아이들이 하나 같이 울며 엄마와 헤어지기 싫다고 옷자락을 붙들고 떼를 부렸으며, 교실에 들어와서도 옷을 벗지 않겠다고 묵언 시위를 했다. 짝꿍 선생님들은 원래 아이들은 날이 궂으면 그러기도 한다며 위로해주셨지만, 창밖으로 내다본 하늘은 맑기만 했다. 정말 그날은 맹장이라도 터져서 응급실에 실려 가고 싶을 만큼 아이들과 함께 보낼 자신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었고, 장난을 쳐서 국을 흘린 아이의 옷을 갈아입히려 일으켰는데 설사로 옷이 얼룩져 있었다. 정말 그 순간 눈물이 나려는데 차마 울지도 못하고 아이를 씻기고 밥을 마저 먹였다.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시는 두 짝꿍 선생님들의 손길도 못난 내 성격에 거절하고 있었다.

‘낮잠 시간이 되면 조금은 쉴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긍정의 힘을 다 끌어 모아 스스로를 다독였던 것 같다. 드디어 낮잠 시간, 아이들을 재우려는데 한 아이는 눕지 않겠다며 일어나 놀잇감을 만지고, 또 다른 아이는 소프라노 톤 옹알이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잠투정이 가장 심한 아이를 안고 토닥이는데 짝꿍 선생님들께서는 본인의 아이를 다 재우시고 잠들지 못한 우리 반 아이를 한 명씩 맡아 재워주셨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너무 지친 마음에 말도 예쁘게 할 수 없었다.

그러다 결국, 품에 안아 재우려던 아이가 경기를 하듯 벌떡 깨서 우유를 내 어깨와 머리카락에 토해냈다.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두 선생님은 물티슈와 비닐봉투를 가져오시고는 ‘괜찮아. 괜찮으니까 화장실 잠깐 다녀와요’하시며 아이를 떼어내시더니 나를 교실 밖으로 밀어내셨다. 그렇게 화장실 가서 대충 정리를 하고 땀을 닦는데, 내가 걱정되셨는지 노크하며 ‘괜찮아요?’라고 물으셨다.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교실에 들어왔는데 기나긴 투정에 평소보다 더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가만 보고 있으니, 짝꿍 선생님이 ‘그래도 예쁘지?’하셨다. 와~ 그때 그 선생님의 음성을 잊을 수 없다. 나도 모를 복잡 미묘한 감정이 선생님의 질문과 함께 피식 웃음으로 변하는데! 그때 그 감정은 마치 높은 산의 정상을 헐떡이며 밟았을 때의 희열이랄까?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도 잘 아셨지?

그렇게 총과 칼 없는 전쟁을 치른 내가 안쓰러우셨는지, 또 내가 ‘죄송해요’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괜찮아. 그럴 수 있지’라며 교사의 경험이 짧아서도 아니고, 아이를 몰라서,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해주셨다. 또 괜찮냐며 나를 살펴주시는데, 그때 주고받았던 대화와 선생님의 눈빛, 음성까지 아직 내게 생생히 남아 있다.

그 후에도 아이들과의 전쟁 같은 순간들은 이어졌지만, 고단했던 그날, 짝꿍 선생님들과 짧지만 깊은 대화를 통해 나름 보육교사로서 더 단단해졌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렇게 보육교사로서의 한해를 극복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남자들이 괜히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집이라는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보육교사로서 함께 일을 해나간다는 것’은 ‘단순히 아이들과 하루를 보낸다는 것’을 넘어서 ‘서로 경험이 다양한 선생님들이 모여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더욱 단단한 보육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임을 경험하고 있다.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하는 멋진 곳, 바로 어린이집인 것 같다. 이제 고작 2년 차에 접어들지만, 이런 끈끈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나는 보육교사로서는 아닌가봐’하며 자포자기하지 않고 버텨냈던 첫 해! 그 한해는 내 삶에 매우 소중히 간직될 것이다.

‘나 보육교사하기 정말 잘 했어!’ ‘이게 내 천직인가봐~’라고 고백하는 10년 차, 20년차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본 내용은 ‘2021 평택시 보육교사 칭찬수기 모음집’ 중 시립자이나린어린이집 조유진 선생님의 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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