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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꿈꿔왔던 보육교사의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해 작년 4월 취업을 하게 되었다. 첫 직장인만큼 기대와 설렘도 컸지만 학부모님,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로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기에 걱정과 고민도 있었다. 그렇게 내가처음으로 보육 현장에 발을 내딛은 어린이집에서 올해로 2년째 근무하고 있다.

학생 때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나의 첫해는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다. 원장님을 비롯해 선생님 한 분 한 분이 밝고 서로를 배려할 줄 알며, 합이 잘 맞아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으쌰으쌰 분위기로 잘 헤쳐 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아이들과의 하루가 지치거나 업무가 쌓여 앞이 깜깜해질 때도 몸이 힘들지언정 마음은 즐겁고 편안했다.

우리 어린이집의 협동적이고 따듯한 분위기를 가장 크게 느꼈던 때는 작년 12월 말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메신저를 통해 조리사선생님의 부친상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선생님들 모두 조의를 표하며 위로를 전하였는데, 당장 다음날부터 조리실이 비게 되니 대안이 필요했다. 조리사 선생님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하나 고민하며 다음날 출근하였는데, 그 빈자리를 원장님께서 채우고 계셨다. 오전 간식인 죽을 준비하시려면 평소보다 좀 더 일찍 나오셨어야 했을텐데, 조금의 피곤함도 표현하지 않고 밝게 인사해 주시며 묵묵하게 조리실에서 요리를 하고 계시는 모습에 참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간식이 끝나고 곧바로 점심을 준비하실 때 선생님들이 종종 조리실에 들려 “원장님, 도와드릴 거 없어요?”라고 여쭤보았고, 원장님은 당연한 일을 한다는 듯 “아니에요~혼자 할 수 있어요. 가서 할 일 해요”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러한 원장님의 모습만으로도 감동이 되었는데, 그때 우리 선생님들이 보여준 모습은 두 배, 세 배 더 큰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괜찮다는 원장님 말씀에도 묵묵히 둘 셋씩 조리실에 들어가 오전 간식, 점심, 오후 간식 때마다 설거지를 도왔다.

작년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하여 긴급보육 중이었기에 아이들이 가정보육을 하고 있는 반 담임교사들은 여유가 있어 원장님을 도와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는 조리사 선생님께서 모두 다 하셨던 일이고 교사 업무가 아니기에 모르는 척 하고 개인 업무를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원장님이 도와달라고 한 마디 하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나서서 도와드리는 모습을 보며 따듯함을 느꼈다.

조리사 선생님께서 조리실을 비우신 시간이 약 일주일이었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선생님들이 당일 식단을 확인하고 아이들이 등원하기 전, 재료 손질을 돕거나 오후 간식을 준비해 놓기도 하였다. 설거지를 한 선생님도, 식사나 간식준비를 도왔던 선생님도 묵묵히 그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무엇보다 원장님께서 그 자리를 채워주셨기에 교사들 또한 함께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하루는 간식 준비를 도우려고 조금 일찍 조리실에 가보았는데 이미 다른 선생님께서 준비를 끝마치고 계셨다. 그때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참 좋은 선생님들과 일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원장님을 따라 모든 선생님들이 조리사 선생님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일주일을 보냈고, 돌아오신 조리사 선생님께서는 고마운 마음과 함께 맛있는 간식을 선물해주셨다. 지난 일주일 간의 원장님과 선생님들 모습이 생각나 배도 마음도 든든해진 하루였다.

그 일주일이 지나고 지금까지 근무를 하는 동안 함께 새 학기와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일상을 보내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일들을 함께 해나가면서 서로의 자리를 잘 지키고 공동 업무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늘 서로 돕는 분위기가 있기에 참 좋은 기억들이 많다.

어느새 새로운 업무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분업을 하고 다같이 참여하는 모습도, 업무를 하는 동안 웃음꽃이 피어나는 모습도, 서로를 응원하고 의지하는 모습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힘이 되고 출근길을 즐겁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하루하루지만 우리 어린이집의 원장님,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라면 늘 결과는 즐겁고 웃음이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이 어린이집에서 마침표를 찍는 그날까지 원장님, 선생님들과의 좋은 인연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려고 한다.

*본 내용은 ‘2021 평택시 보육교사 칭찬수기 모음집’ 중 시립굿모닝힐맘시티2단지어린이집 최한나선생님의 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