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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대화]

워킹맘 소아과 의사가 말하는

육아대화의 기술

마음을 읽어주라

아이와 대화를 하다보면 어른 뜻대로 방향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기는커녕 대화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아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준다면 어느새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대화도 한 층 더 쉬워질 것이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으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자. 자존감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부모의 공감은 정서불안을 겪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고, 정서적 안정에 큰 기여

요즘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예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놀이터나 길에서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니까. 위험요소도 여기저기 널려 있다. 또한 학원 다니느라 시간의 제약도 많다. 아이들의 심리치료를 대신 감당해 주던 ‘놀이’로부터 아이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핵가족화 때문에 가정에서 깔깔거리며 함께 놀 수 있는 형제자매까지 부족해 ‘놀이’의 본능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공감이 더더욱 절실하다. 아이들의 어두운 감정을 공감해주는 자체만으로도 불안 심리를 치료해주는 효과가 있다. 부모의 공감은 정서불안을 겪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고, 정서적 안정에 큰 기여를 한다.
공감과 소통의 과정을 4단계로 나눠보자. 부모와 아이 사이에 문제가 생겨서 해결책을 찾고자 할 때, 어느 한쪽만 마음의 문을 열어서는 안 된다. 양쪽 모두 마음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공감다리가 생기게 되고 문제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4단계

1단계 부모의 마음 보여주기 2단계 아이의 마음 읽어주기 3단계 공감다리 만들기 4단계 문제해결책을 찾아보기

부모와 아이, 또는 아이와 다른 어른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4단계의 정석대로 대화를 풀어나가면 된다. 1단계에서 문제가 바로 해결되기도 하고 2단계나 3단계에서 해결되기도 한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4단계에서 같이 문제해결책을 찾아보도록 한다.

4단계를 거쳐 가면서 문제를 해결했던 우리 집 일화가 있다.
큰 딸과 작은 딸은 연년생이라서 둘이 쌍둥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자존심이 강한 언니는 동생과 옷이나 신발, 양말을 똑같이 신고 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 아빠가 무심결에 캐릭터 샌들 두 개를 사왔다. 둘이 신발을 신고 나가다가 싸움이 벌어졌다. 동생은 샌들을 신고 가겠다고 떼를 쓰고, 언니는 “네가 신으면 내가 못 신잖아!”하면서 소리를 질러대는 것이었다.

1단계 부모의 마음 보여주기
엄마 너희 둘이 이렇게 샌들 때문에 싸우니 엄마는 너무 속상해.(엄마의 감정) 너희 둘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기 때문이야.(엄마의 바람) 키티샌들 때문에 둘이 싸우는 것을 보면 아빠도 속상해 하실 거야.(아빠의 감정)

2단계 아이의 마음 읽어주기
언니 둘이 같은 신발을 신으면 쌍둥이 소리 들어서 싫단 말이야. 동생이 나랑 똑 같은 샌들 신는 거 싫어!
동생 샌들 신을 거야!으앙!
엄마 언니는 지금 이 샌들을 신고 싶은데 동생도 같이 신겠다고 우기니 쌍둥이 소리를 들을까 봐 화가 났구나. 동생은 언니가 샌들을 못 신게 하니까 우는 거고. 이거 난처하게됐는걸. 어떻게하면좋을까? 정말어쩌지?(언니의마음을읽어줌)

3단계 공감다리 만들기
동생은 캐릭터 샌들을 신겠다고 떼를 쓰고, 언니는 동생이 신으면 안 된다고 계속 운다. 나는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진정할 때까지 차례대로 안아주고 토닥거려 주었다. 한참 뒤 조금 진정된 후 언니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4단계 문제해결책을 찾아보기
엄마 그럼 좋은 생각 없을까? (아이에게 문제해결책을 물어봄) 엄마는 너희 둘이 이 샌들을 사이좋게 신고 가는 것을 보고 싶은데. 그럼 너무 기쁠 거야.(엄마의 부탁)
언니 (진정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에) 그럼 오늘은 내가 샌들을 신고 내일은 동생이 신고 가는 거예요. 어때요?
엄마 그래! 그거 너무 좋은 생각이다! 정말 멋진 걸. 내일은 언니가 양보하겠다는 거구나. 그럼 언니가 동생한테 예쁜 말로 이렇게 부탁해 보자. ‘언니는 오늘 이 샌들이 너무 신고 싶은데 같이 신고 나가면 쌍둥이 소리를 들을까봐 걱정이 돼. 그러니 내일은 내가 양보해 줄 테니 내일 네가 신을래?’라고 말이야.(부탁하는 방법을 가르쳐 줌)
언니 오늘은 언니가 이 샌들이 신고 싶은데 너랑 쌍둥이 소리를 듣는 게 싫어. 내일 네가 신으면 안 될까?
동생 응, 그래. (방긋 웃어 줌)

그 후로 언니가 세운 규칙대로 하루는 동생, 하루는 언니가 신는 날을 정하니 둘 다 좋아하며 캐릭터 샌들을 신고 나갔다. 나는 문제해결책을 직접 제시하지 않고 아이들의 감정만 수용해 주었을 뿐인데, 아이들은 서로 타협하는 방법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워나갈 수 있었다.

글｜최유경 원장(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샘소아 청소년과의원 원장)

에디터｜EK(주)_월간유아 김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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