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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 4계절 자연의 흐름을 보고 느끼고 만지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아이들.

오산 시립 꽃다리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자연을 통해 생명을 존중하고, 자기감정을 원활히 조절할 수 있도록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꽃다리 어린이집 이영녀 원장은 지난 1997년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를 시작으로 주임교사를 거쳐, 2005년부터 민간·직장·국공립 등 다양한 보육시설의 원장을 지냈다. 이 원장은 2003년 석사학위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명존중의 유아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생태유아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친화적 통합교육이 유아정서지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집필했다. 당시 교사로 근무하던 이 원장은 생태유아교육에 대한 연수와 책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을 교육활동에 적용했다. 반 아이들과 원 주변을 산책하는 것을 시작으로, 화분형 미니텃밭활동 등 생태유아교육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갔다.

이렇게 시작된 이 원장의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쳐, 꽃다리 어린이집에서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꽃다리 어린이집에서는 크게 세시풍속먹을거리 프로그램, 텃밭 가꾸기, 산책 프로그램, 숲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세시풍속먹을거리 프로그램

세시풍속 먹을거리 프로그램은 1년을 주기로 계절과 절기에 따라 고유의 명절에 대해 알아보고 풍속, 놀이를 체험하는 활동이다. 또 절기 음식을 아이들과 직접 만들어 본다.

1월~2월 설날에는 만두를, 정월대보름에는 부럼깨기를, 3월 삼짓날에는 진달래 화전을 만들어 먹는다. 3~4월은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고 5월 단오에는 수리취 떡을 만들어 먹으며 씨름, 그네 놀이를 한다. 6~7월 유두, 삼복날에는 비석치기 놀이와 과일화채를 만들고 삼계탕을 먹는다. 8월 추석에는 강강술래를 하고 송편을 빚어 먹는다. 9월 중량절은 국화전을, 11~12월에는 김장을, 12월에는 동지날 팥죽을 만들어 먹는다.

무더운 여름 원기를 보충하기 위해 먹는 삼계탕처럼 절기에 먹는 음식과 민속놀이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모두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어 절기에 맞춰 음식과 놀이를 함께 즐기다 보면 어느새 우리내 계절과 우리내 문화를 이해하고 건강하고 바른 식습관을 갖게 된다.

텃밭 가꾸기

텃밭은 어린이집 주변 곳곳의 공간을 이용해 구성했다. 가까운 곳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아이들이 수시로 관찰하고 돌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텃밭을 일구고 채소를 기르면서 계절과 날씨의 변화, 식물의 생장, 수확에 대한 기쁨을 느낄 수 있다. 텃밭에서 수확한 재료들로 요리활동도 진행한다.

>보리추수

>꽃다리어린이집의 텃밭. 크기는 작지만 한 그루 한 그루 정성을 들이고 수확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거름 만드는 방법, 때에 맞춰 씨를 뿌리고 가꾸는 노하우 등은 동네 주민들과 함께 나눈다.  건물 사이벽에 생긴 작은 공간에도 옥수수를 수확해 보았다.    

산책하기

산책은 어린이집 주변의 자연을 둘러보는 것, 교사의 보호 아래 아이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된다. 교사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교육 활동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게 한다.

> 솔방울 목걸이를 맨 소녀가 돋보기를 들고 무당벌레를 관찰하고 있다. 자연속으로 나온 아이들은 모든것이 친구며 놀잇감이다. 첨벙첨벙 길가에 고인 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나무와 풀숲 사이를 뛰어 놀고, 그곳의 꽃과 곤충 등을 관찰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냅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안전을 주시하고, 아이들이 만들어낸 놀이 활동에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아이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보다 아이 스스로 오감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산책을 하며 자연의 변화를 느끼게 하고, 순환성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매번 같은 곳을 산책하는 것이 좋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을 저절로 알 수 있고, 놀이가 점차 발달하여 연속성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산책을 다녀오며 나뭇가지, 나뭇잎, 돌멩이를 주워 와서 자연이 준 재료들로 만들기 활동을 하기도 한다.

>"무얼 하고 있니?" "나뭇잎을 주워요" "왜?" "가져가서 예쁜 액자를 만들고 싶어요"

숲 체험

숲 체험은 더욱 많은 시간을 자연 속에서 보낸다. 오전에 숲에 올라가 그루터기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수업이 시작된다. 오늘 숲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싶은 지 이야기를 나눈 후, 자유롭게 숲을 탐색한다. 중간에 간식을 먹고, 한 번 더 자유놀이 시간을 가진다. 점심시간 쯤 모여 숲 체험을 하며 어떤 놀이를 했는지, 무엇이 가장 재밌었는지, 다음에는 어떤 놀이를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눈다. 산을 내려와 원에 돌아오면 다함께 점심을 먹고 휴식한다.

생태유아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마음속에 쌓아두었던 스트레스를 발산하며 안정적인 정서를 유지하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내며 주도적인 아이로 변화된다. 자연에서 뛰놀며 차츰 면역성이 강해지고, 잔병치례가 거의 없어지는 등 몸도 건강해진다.

“실내에서 하는 놀이들은 아무래도 교사의 의도적인 부분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공간이 작기 때문에 친구들과의 갈등요소 많아 싸움이 자주 일어나기도 하죠. 실외로 나가면 그런 부분들이 보다 자유로워집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며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꽃다리 어린이집은 실내 환경 속에도 생태유아교육이 그대로 스며들어 있다. 일부 벽면을 시멘트 대신 목재를 이용하여 리모델링했다. 아이들의 교구와 장난감은 환경보호를 위해 그리고 아이들의 건강과 오감각 발달을 위해 나무, 자연물, 천으로 만든 놀잇감을 사용하고 있다.

연소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영유아에게 좋지 않은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특성상 놀잇감은 손으로 만지고 심지어 입으로 빨기도 하는데 일반 플라스틱 놀잇감에는 납, 카드뮴, 크롬 등의 중금속 물질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유아기에는 더 많은 공기를 마시고 물질을 흡수하게 되는데 신체기관과 기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유아기에는 독성을 줄이기 위한 대사작용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먹을거리 역시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해 식단을 꾸린다. 제 고장에서 나고 제철에 생산한 자연의 먹을거리. 우리 땅을 살리고 환경을 생각하며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이 원장의 철학이 엿보인다.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하고 있어, 가까이에 있는 노인정 어르신들과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예절교육도 이루어지고 있다.

“세시풍속 먹거리 프로그램을 하며 요리활동에서 만든 음식을 노인정 어르신께 가져다드리며 인사합니다. 어르신들도 아이들에게 떡이나 과일 등을 가져다주시죠. 어버이날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기도 하고,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주시기도 한답니다. 대부분 핵가족인 요즘 가정의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부모님들도 적극적으로 생태유아교육에 참여한다. 한 달에 한 번씩 견학을 가는 날이면, 부모 도우미를 요청해 교사들과 역할을 분담한다. 세시풍속 먹거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날에도 아이들과 음식을 만들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부모참여수업은 아이들과 함께 텃밭 가꾸기, 산책하기, 숲 체험가기 등으로 진행된다. 실외활동을 통해 가져온 자연물로 만들기, 요리 활동을 하기도 한다.

“부모님들과 평소 아이들이 하는 활동을 함께 하면, 원의 교육방침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참여수업 후 생태유아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몸소 느끼고,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매실 효소 담그기

생태유아교육,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이 원장은 '생태유아교사가 되려면 적어도 한 원에서 3년 이상, 1년의 명절과 절기를 경험하고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는 시간이 필요하다' 라고 말한다.  

“일시적인 교육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일상생활에서 생태적 삶이 묻어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죠. 1년차는 배우는 단계, 2년차는 배운것을 스스로 실천해 보는 단계, 3년차는 스스로 생태수업을 진행하는 단계입니다. 4년이상이 되면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도 생태적인 삶을 살아가는 교사가 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야 진정한 생태유아교사가 되는 것이죠.”

이 원장은 매년 원내 교사교육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 노하우와 다양한 수업방식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

“1년차에는 제가 항상 함께 합니다. 텃밭도 함께 가꾸고, 산책과 숲 체험에도 함께 하며 여러 가지 필요 사항들을 알려주죠. 2년차는 교사가 스스로 주도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3년차부터는 교사 스스로 다양한 생태유아교육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이때는 교사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베어 나오는 생태적 삶을 통해 수업하게 됩니다.”

요즘 생태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자연친화적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생태유아교육 과정이 많이 활성화 되고 있는 것.

또한 보육시설 평가인증 제도에 실외놀이 영아 30분, 유아 1시간 이상이 명시되어 있어, 요즘 많은 원에서 이 시간을 활용해 생태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생태교육을 시작하게 되면 대부분 ‘잘 하고 있는 걸까?’, ‘생태교육이 맞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입니다. 생태유아교육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생태적 흐름에 맞춰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생태는 우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이 흘러가고, 1년을 주기로 자연의 변화가 반복되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교육이죠. 이러한 자연의 흐름과 변화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그 안에서 사람을 살리고, 아이를 살리고, 교육을 살리는 교육, 이 것이 진정한 생태유아교육입니다.”

>왼쪽부터 꽃향기,꽃초롱, 꽃구름 반. 생태적인 감성을 듬뿍 담고 교사들의 개성을 살려 완성.  

생태유아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꽃다리 어린이집 이영녀 원장. 그의 말처럼 교사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생태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루어져, 앞으로 더욱 많은 원들이 진정한 생태유아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가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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